[조선왕릉-의릉] 누가 후대에 경종을 울리나, 경종,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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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의릉] 누가 후대에 경종을 울리나, 경종


조선 제20대 임금 경종(景宗, 1688~1724년)은 아버지 숙종 대에서 이어진 당쟁과 짧은 재위기간으로 제대로 된 업적 하나 남기지 못한 왕으로 후대에 기억되고 있다. 숙종은 인경왕후, 인현왕후, 인원왕후 등 세 명의 왕비 사이에서 아들을 얻지 못하고 나인 출신인 장희빈 사이에서 아들 경종을 낳게 된다. 후대에는 오히려 어머니 장희빈의 이야기가 더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짧은 재위기간과 그가 잠들어있는 서울 성북구에 의릉(懿陵)은 후대에 적잖은 메시지를 남겨주고 있다.   

                    
                

병약하여 재위 4년 만에 요절한 장희빈의 아들

경종이 태어나자 숙종은 이듬해 원자를 세자로 책봉한다. 장희빈이 얼마나 숙종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현왕후의 배후에 있었던 송시열을 중심으로 한 서인은 세자 책봉을 반대하였지만, 숙종의 생각은 완고했다. 세자 책봉을 반대했던 송시열은 관직을 삭탈했고, 영의정을 지낸 김익훈, 남구만 등 서인의 주요 인물은 모두 사사되거나 처벌되었다. 숙종의 든든한 지원으로 장희빈과 경종의 앞날은 밝게만 보였다. 하지만 경종의 불운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치열한 당쟁 속에서 벌어진 갑술환국(甲戌換局)으로 어머니 장희빈이 후궁으로 강등된 후 죽은 인현왕후를 저주했다는 ‘무고의 옥’ 사건으로 1701년 10월 사약을 받고 죽으면서 경종은 몸과 마음 모두 병들기 시작했다. 

이후 1717년 숙종은 경종에게 대리청정을 지시하지만 이미 마음은 경종을 떠나 연잉군(경종의 이복동생, 훗날 영조)에게 향하고 있었다. 숙종은 내심 연잉군으로 세자를 교체하고 싶었지만, 숙종 말년에 왕위 계승을 문제를 놓고 노론과 소론의 심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었던 상황 속에서 그는 정치적 혼란이 부담되었다. 숙종은 노론의 이이명으로 하여금 경종이 무자다병(無子多病)함을 이유로 은밀히 세자 교체를 부탁했으나, 경종은 신중한 처세로 대리청정을 끝까지 맡으며 결국 조선 제20대 임금으로 즉위한다.  

하지만 경종의 즉위 후에도 왕권은 미약했고, 끊임없는 연잉군의 대리청정 건의가 이어졌다. 더구나 후사가 없었던 경종이기에 그러한 요구를 쉽게 무마시킬 수 없었다. 일설에는 장희빈이 사약을 받고 죽을 때 숙종에 대한 복수심으로 숙종이 대를 잇지 못하도록 경종을 불러다 경종의 성기를 잡아당겼다고 하나 근거 없는 이야기이며 경종이 후사를 잇지 못한 것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수차례 반복된 대리청정의 건의와 경종을 폐출시키려는 역모사건은 경종의 몸과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특히, 목호룡의 고변사건(告變事件)을 계기로 벌어진 신임사화는 대리청정을 주장하는 노론을 소론측에서 탄핵하여 정국을 주도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그 당시 왕통계승에 관한 시비가 얼마나 분분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내에 자리한 의릉.

혼란의 정국 속에서 경종의 건강은 더욱 악화되었으며 창경궁 환취정에서 경종은 4년의 짧은 재위를 끝으로 1724년 세상을 떠났다. 어릴 적 아버지 숙종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세자로 책봉되었지만 그의 어머니 장희빈의 죽음과 함께 그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당쟁의 혼란으로 더욱 힘든 삶을 살았을 경종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실록은 그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임금은 타고난 성품이 인자(仁慈)하고 덕스러운 의용(儀容)이 혼후(渾厚)하였으며, 인현 왕후(仁顯王后)를 섬기는 데 성효(誠孝)를 돈독히 다하였고, 어린 나이에 일찍 학문이 이루어졌으며, 또한 물욕(物慾)의 누(累)도 없었다. 불행한 소조(所遭)에 걸려서 변통하며 지내는 데 지극히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그에 대해 헐뜯고 칭찬함이 전혀 중외(中外)에 들리는 바가 없으니, 사람들은 모두 신성(神聖)한 덕(德)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근심과 두려움이 쌓여 병을 이루었고 깊어갈수록 더욱 고질화해서, 즉위한 이래로 정사(政事)를 다스리는 데 게을리 하였고 조회에 임하여는 침묵으로 일관하였으며 정사를 여러 아랫 신하들에게 맡겼는데, 그런데도 승하하신 날에는 뭇 신하들과 백성이 달려와 슬피 부르짖지 않는 사람이 없었으니, 아! 그 애통함을 백성에게 베풀지 않았는데도 백성은 애통해 하였고 공경(恭敬)함을 백성에게 베풀지 않았는데도 백성은 공경하였다고 이를 만하다. <경종실록 15권, 4년(1724년 8월 25일)>

 

[트래블아이 왕릉 체크포인트]
경종과 그의 계비 선의왕후가 잠들어있는 의릉(懿陵)은 왕과 왕비의 봉분을 한 언덕에 앞뒤로 배치한 동원상하봉 형태로 조영되었다. 이와 같은 형태는 효종과 인선왕후의 영릉(寧陵)에서도 볼 수 있는데 왕릉과 왕비릉이 마치 위아래 이웃집처럼 자리 잡고 있어 기존의 조선왕릉과는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동원상하봉 형태를 처음 접한 사람은 두 능이 각각 연관이 없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능을 둘러싸고 있는 곡장이 왕의 봉분 쪽에만 둘러진 것을 본다면 이것이 하나의 영역에 조성되어 두 개의 능이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지형은 능혈의 폭이 좁아서 왕성한 생기가 흐르는 정혈(正穴, 풍수지리상의 혈맥)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자 자연의 지형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라고 볼 수 있다. 능역은 비교적 아담하며, 주변을 지키고 있는 석물 역시 규모가 작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이는데 경종의 미약했던 왕권과 짧은 재위기간을 짐작케 한다.    

의릉 경역 내에는 군사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있었던 탓에 관람이 자유롭지 못했던 일반인들에게는 요새였다. 1996년 일반인들에게 다시 공개된 의릉의 정자각 앞에는 일본식 정원까지 들어서 있었으니 살아서도 왕위를 위협받은 경종이 죽어서도 푸대접을 받았던 셈이다. 권력은 그 당시의 세상을 휘어잡는 것도 모자라 역사의 흔적까지 변화시키니 과연, 올바른 권력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

경종의 무덤을 둘러보다 어딘가 어색한 석호를 발견했다. 동그랗게 말린 꼬리를 하고 있는 보통의 석호와 달리 등 한가운데로 잔뜩 치켜 올린 호랑이의 꼬리였다. 무언가를 경계하고 긴장하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이다. 혹시, 자신이 왕위에 있음에도 끊임없이 대리청정을 건의한 신하들과 자신이 잠들어 있는 곳에 제멋대로 정원을 만든 후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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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왕, 경종. 조선왕조의 다른 인물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왕이기도 한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경종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5년 07월 17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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